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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09 부산으로 갑니다.

부산으로 갑니다.

2006년 대입 정시모집에서 "가"군에 부산교육대학교를, "나"군에 청주교육대학교를 지망했습니다.


부산교대가 1월 12일에 청주교대가 1월 26일에 합격자 발표를 하였고, 운이 좋았는지 어쨌는지 두 곳 모두 합격하였습니다만 그때부터 부모님-친척과 저와의 예견된 암투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연히 청주교대가 되면 그리로 가리라고 철석같이 믿고 계시던 부모님과, 나 싫다는데(2000년 정시 "나"군 지원-불합격)를 또 억지로 가야 할 이유가 뭐냐면서 말 그대로 "억지"를 부리기 시작한 저와의 암투는 설 연휴를 기점으로 친척들을 동원한 부모님의 압력으로 제가 밀리는 듯 했습니다.

사실, 부산으로 가고자 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면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죠. 생활비의 추가부담, 본가와의 거리로 인한 단절, 어머니의 교통사고 부상, 아버지의 타지 발령 가능성, 동생의 진학, 장손에게 주어지는 중압감(?) 등등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지 몇몇 추상적인 이유 때문에 부산으로 가기엔 제 이성으로도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어쨌든 정시 등록일은 2월 6~7일이었고 그 전에 결정을 해야 했으므로 저녁마다 부모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약간 목소리가 올라가는 경우도 적잖게 있었으나 대부분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고 그 와중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를 조용히 말씀하시면서 부산교대로의 진학을 허락해주셨습니다.

막상 허락을 받고보니 청주교대를 선택했을 때의 경제적인 이점이 마음에 걸리면서, 부모님의 어께를 가볍게 해드리지는 못할 망정 이래서야 쓰겠나 싶은 마음에 착잡해지더군요. 아버지께서는 "결정했으니 어여 방 구하러 내려가야겠다."시면서 다음날 부산행 기차를 예매하셨고, 저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라는 심정으로 심사숙고를 하고 있는데 학원동기 이모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전략.)
허 : 거기도 됐는데, 부산으로 갈려고.
이 : 음? 너 청주가 더 가깝지 않냐?
허 : 가깝긴 한데.. 그냥 싫다. 아참, 너 방 어찌할꺼야?
이 : 아, 나 기숙사 됐어.
허 : 그래? 명단에 너 없었는데.
이 : 오늘 추가발표 났는데 나 들어갔더라.
허 : 허허, 축하하네그려.
이 : 내가 대기순번 2번안쪽이었는지 원래 발표하고 2명 바뀌었는데 들어갔더라.
허 : 그러냐. 좋겠다. 난 내일 방구하러 부산 내려가.
이 : 그래? 음.. 비싸던데.
(…후략.)

등등의 대화를 길거리에서 나눈 후 집에 돌아와 부산교대 홈페이지를 보니 기숙사 추가 겸 최종발표가 났더군요. 그래서 친구 이름이 있나 확인해봤더니 친구 이름보다 제 이름이 먼저 떡- 보이는게 아니겠습니까. 다시 이모군에게 전화를 걸어 "내이름도 있잖아!" "…어라?" 등등의 대화를 나눈 후 병원에 가신 부모님께 전화, 확실하게 부산교대로 확정지었습니다. 그날이 2월 3일.

그 후, 2월 4일 기숙사 입사 확인 및 확정, 2월 6일에 등록금을 납부했고, 2월 14일에 각종 서류를 제출함으로써 입학을 위한 서류절차를 모두 마쳤습니다. 남은건 22일 OTL와 동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지는 신입생 새터, 28일 기숙사 입사군요.



3월 어느날, 학원에 작게 붙어있던 A4용지에 새겨진 문구

- 2005년도 부산교대 합격 - 축
○ ○ ○
…를 바라보면서 내년엔 꼭
경 - 2006년도 부산교대 합격 - 축
허 강 현

…이라는 종이쪽지가 붙게 하겠다고 조용히 다짐했던 것이 이루어져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자식의 결정을 묵묵히 지지해주신 아버지, 그런 큰 사고를 당하시고도 당신걱정보다는 자식걱정에 공부에 방해된다고 알리지도 말라셨던 어머니,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형의 투정을 묵묵히 받아준 하나뿐인 동생 강훈이, 친구 공부한다고 1년동안 빨래며 밥이며 PC(...)며 PS2(......)며 묵묵히 도와준 재영이, 마찬가지로 공부하러 올라온 아들 친구를 친자식처럼 도와주신 재영이 어머님, 등교도 마다않고 찾아와 스트레스를 풀어준 영규, 전화해서 툴툴대면 맞장구쳐준 기웅이, 올라와서 여친자랑으로 염장질한 경훈, 건강 챙기라고 불러내 밥사먹여준 금룡 현필형, 시간나면 전화해서 툴툴댄-그마저도 나중엔 시간대가 안맞아 통화 못한-시퍼 진형이, 노인네가 공부한다고 따로 신경 많이 써주신 함정호선생님, 예비반때부터 여러모로 신경써주신 이광복선생님, 1학기 때 확실한 기틀을 다질 수 있도록 해주신 양창현선생님, 여러가지 일이 있어 힘들었던 2학기 내내 조용조용 마음을 다스리도록 도와주신 배광덕선생님, 성대형도 부산교대 합격했으면 좋았을걸, 시험 전날, 당일까지 마음을 추스리도록 도와준 석현형, 마지막 짐 싸는 날 주소까지 대필해 준 신보, 잠자는 독서실의 괴수 허강현의 횡포를 웃으며 넘겨준 반장 -무적총무- 대성이. 나같은 노인네를 부반장이라고 대우해 줬던 1학기 C4반 아이들, 마지막에 흐트러지는 날 붙잡아주려고 했던 -서울대 합격했길 바란다- 두석이, (본인은 모르겠지만) 정말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해 준 눈사람 현섭이. 메세지로 기운나게 해 준 수진-혜진 자매. 너희들이 아니었다면 부산교대 면접도 못 보고 떨어질 뻔 했다.(수험표 집에 놓고왔다! 사건.) 자리만 났다 하면 쏘고보는(-_-) 라세형, 오프에서 처음 봤음에도 기꺼이 숙박제공을 해 준 네오, 미유야, 공부하는 동안 애니 보는데(-_-) 네 서버가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도망치다시피 잠수한 사람을 기꺼이 환영해주신 어떤사람님, 오자마자 환영의 인사를 날려줬던 집돌형 산하(..) Anienc 사람들, "어라 너 교대 아니었냐?"라는 물음으로 날 "에이 썅, 다시 해봐?"라는 생각이 들게 해 준 초등학교 친구들-정무, 명훈, 보는 사람마다 축하한다며 수고했다며 같이 기뻐해 준 성당사람들, 속초에서까지 전화를 주신 수녀님, 언제나 마음의 지주이신 주님. 그리고, 다시 도전할 힘을 준 - 더이상 만날 수 없는 그 사람.


정말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신세를 지었습니다.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염치없이 이런 여러 분들의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저는, 부산으로 갑니다.
2006/02/09 20:47 2006/02/09 20:47
nisesana
Landfill/outside 2006/02/0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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